5. 학급 공동체를 구성하기 위한 접근
1)모임시간에 어린이와 철학을 논하기
어린이 주변의 많은 어른들은 어린이가 흥미 있어 하는 이슈들을 탐구할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그러한 탐구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전체 학급의 '모임시간(circle time)'을 일과운영에 포함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Mosley, 2000). 모임시간에 강조해야 할 것은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 학급 내에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 그리고 건설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공개토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학급의 토의 시간에는 학생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차례로 모두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서 동시에 해결점을 찾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모임시간에는 실제로 친사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게임과 활동이 포함되어야 한다. 논의 시간에 지켜야 할 규칙은 참여한 학생들과 서로 합의해서 만들도록 한다. 이러한 방법의 이름(circle time)에서 알 수 있듯이, 논의 및 활동 중에 어린이들은 주 책임자인 성인과 함께 서로 '둥글게' 모여 마주 앉는다.
학급에서의 철학적 탐구활동은 지난 30여 년간 여러 지역의 학교와 유치원에서 개방적 논의 형태로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어린이들이 철학 탐구를 위해 둥글게 앉고 규칙 있는 상호작용 형태를 취한다는 측면은 유사하지만, 모임시간을 이끌어 가는 방법과 과정은 다양하다. 철학적인 탐구를 하는 시간의 핵심은 학생들이 시나 동화를 읽거나 사진이나 그림을 본 것이 동기가 되어 스스로 질문을 만드록 논의하는 과정에서 토론의 주제가 선택된다는 점이다.
다양한 논의거리와 질문거리 중 첫 번째 논의는 즉각적인 혹은 명백한 답이 없고 어떠한 제약도 정해지지 않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질문 선택과정과 탐색을 해 나가는 과정은 민주적인 과정이다. 논의과정을 책임지는 교사는 있지만 미리 계획된 목적을 향한 논의가 아니라 어린이들 간의 제대로 된 논의과정을 돕기 위한 것이며, 전 과정은 민주적인 논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교사는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논리적 · 비판적 · 창의적 · 반성적으로 사고하고 개방된 마음으로 토론하도록 격려한다. 또한 교사는 어린이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개념을 확장할 수 있도록 철학적 논의를 유도하고 적절한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는 모델이 된다.
토의과정에서 학생들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는 특정 질문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이끌어 내고 보다 정교화해 갈 수 있는 논의를 한다. 토의과정에서 논늬의 주된 동기는 수렴적인 답을 만들어 내는 데 있기보다 합리적인 진실을 찾는 데 있다. 반대되는 의견이나 관점, 그리고 발산적인 사고는 정상적이며 당연히 예상된 것이다. 토론하는 질문의 답은 찾아야 하지만 이것은 잠정적인 것이지 영구불변의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어린이에 대한 철학교육은 확실히 인지적 목적이 있다. 즉, 도전을 통해 정신과정을 연습하고 사고과정을 훈련하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또한 철학은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배우게 되는 사회적 목적도 있다. 이러한 활동의 정기적인 참여는 확실히 개인의 자아 인식과 자아 탄성력을 개발한다.
2) 교사의 의무
아무런 자극 없이도 대부분의 어린이는 자발적으로 철학적 질문을 한다. 예를 들면,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나요?' '천당에 사람들로 꽉 차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등이다. 어린이는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과 의문들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어린이에 대해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할 만큼 어린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질문에 개방적이며 탐구에 집요하다. 어린이의 이러한 특성은 즐겁고 학습적이며 도전적인 논의를 만들어 가게 한다. 어린이가 교실에서 자유롭게 이끌어 내는 질문들은 우리는 옛 선조들이 지식을 탐구했던 역사를 떠올리게 하며, 신선하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보쉬(E. Bosch)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어린이들이 철학적으로 심오한 이슈에 대해 질문하거나 논의할 때 교사, 부모, 그리고 주변의 어른을 포함하여 교육에 관여한 사람들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응답을 자발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며 마술적인 상황이다. 어려운 부분은 어떻게 이러한 상황과 순간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학습이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Bosch, 2005: 12-13)
철학적 논의과정에서 어린이들이 하는 질문들을 보면 앞서 논의했던 바와 같이 학급에 철학적 탐구를 가져오는 것 자체를 논의거리로 만들 수 있으며, 또한 교사들이 학교에서 당연시하는 권위조차도 어린이의 논의거리로 삼을 수 있다. 민주적인 참여자 접근은 본질적으로 큰 관점에서 보면 학교라는 비민주적 조직에 쉽게 맞출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아동기는 발달의 관점에서 지극히 경쟁적이며 전투적인 시기라 할 수 있다. 어린이의 정신세계에서 경쟁은 일종의 당연한 부분이다. 학교에서 어린이의 삶과 학습과정이 민주적일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에 어떠한 철학적 과정이 필요한가?
무엇이 진실이고 현실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리고 무엇이 바람직하거나 불공평한 일인지에 대한 어린이의 판단과 '논의'는 교사가 제공하는 구조와 경계로 인해 확장되거나 제한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논의의 진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급 내에서 권위와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 그리고 어린이가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교사의 반응이다. 그러한 반응은 교사가 어린이의 관점을 경청하는 더 나은 방법을 찾았을 때, 그리고 어린이들이 학습과정과 일상생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잘 나타난다. 경청하는 과정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철학적 접근에 대한 논의는 제 3분에서 더욱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인간사회에서 지식을 축적하는 데 어린이가 어떠한 공헌을 하였는가 하는 가치에 대한 관점은 법적 ·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으로 규정되는 아동기에 대한 신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아동기나 성인기에 대한 우리의 신념이나 관점이 무조건 보편적으로 수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가치는 문화적이며 사회적인 기반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아동기의 가치는 개방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인간발달 주기의 한 유형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가치는 때와 장소, 문화, 가족생활, 직업배경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이러한 가치는 개인의 건강상태와 기분에 따라서,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는 시기가 사회적으로 위기가 있는 시점인지 평화로운 시점인지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아동기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단순할 수 있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다는 프라이퀴뇽(Friquegnon, 1997)의 주장과 같이 우리는 '아이들 같은(childlike)' 또는 '어린아이처럼 구는(childish)'이란 용어와 아동기를 혼동해서 사용하며 성인의 책임감에 비하면 아동기의 직관력은 질적으로 비교상대가 못되는 것으로 간주한다. 아동기를 불변의 개념이나 고정된 문구처럼 다룰 수는 없다. 오히려 아동기란 성인들이 했던 실수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싶은 우리의 낙관적인 관점으로 포장해 만든 용어일 수 있다. 우리가 했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린이가 더 현명해지기를 바란다. 이런 것은 혁신적인 방법일까? 아동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이 제안하는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논의되는 아동기가 단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기가 아닌 지금-현재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그대로 고유의 권리를 가진 시기임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어린이와 함께하는 철학은 '어린이'라는 말에 대한 유연성 있는 이해를 함의한다. 어린이란 말은 인간의 초기 발달 단계 중의 특정 시기를 나타낼 뿐 아니라, 특별하며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존재' (Kennedy, 2006)를 의미하기도 한다. 철학 탐구과정 시간을 운영하는 교사는 어린이를 독립된 존재로 보고 그들의 안녕과 삶에 대한 만족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사는 어린이가 철학적 모험을 안정적으로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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